탈중앙화거래소 악용한 밈토큰 시세조종,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첫 적용 사례로 기록

수천명의 온라인 추종자를 보유한 가상자산 인플루언서가 밈토큰을 직접 만들어 시세를 조종한 뒤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인플루언서 A씨를 포함한 2명을 구속 상태로 기소했다. 추가로 1명은 불구속 기소됐으며, A씨의 도주를 도운 2명도 범인은닉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게 됐다.
지난해 1월부터 2월 사이 이들이 펼친 수법은 치밀했다. 자체 발행한 밈토큰의 공식 SNS 계정에 허위 팔로워를 대량으로 유입시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실제로는 발행 물량 대부분을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었지만, 수십 개의 전자지갑에 분산 보관하는 방식으로 이를 숨겼다.
A씨는 자신이 해당 코인과 무관한 제삼자인 것처럼 행세하며 "300배 수익이 가능하다"는 게시글을 올려 매수를 부추겼다. 허위 호재가 퍼지면서 해당 토큰 가격은 불과 26시간 만에 1,001배까지 폭등했고, 약 6,000명의 투자자가 매수에 동참했다.
그러나 가격이 정점에 도달하자 일당은 보유 물량을 일시에 시장에 쏟아냈다. 이른바 '러그풀' 수법이다. 초기 투자금 약 1,000만원으로 시작해 30시간 만에 4억원의 부당이득을 거머쥐었고, 256명의 피해자가 총 9억원 상당의 손실을 떠안았다.
당초 피해자 고소로 경찰 수사가 진행됐으나 A씨 측이 "계정을 해킹당했다", "텔레그램을 통해 타인에게 계정을 빌려줬다"고 주장하면서 사건은 미제로 종결된 바 있다. 이후 금융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재개됐고, 금융감독원과 금융보안원, 국세청 등이 공조해 발행·유통 경로와 범죄수익 흐름을 정밀 추적한 끝에 전모가 드러났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법적 의미를 강조했다. 지난해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조항이 처음 적용된 사례이자, 운영 주체가 불분명해 규제 사각지대로 인식되던 탈중앙화거래소(DEX) 관련 범죄에 처음으로 사법 잣대를 들이댄 것이기도 하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민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에 법률 전문성을 바탕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